그냥 팬덤 돌아가는 걸 지켜 보면서 했던 몇 가지 생각.
- 트위터의 특정 무리들
요즘 소위 말해 '트페미'라는 무리들이 아이돌 팬덤 내에서 화제인데.. 일단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트페미'라는 호칭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트위터에 있는 페미니스트들을 다 싸잡는 말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트죄자'나 '짹죄자'라는 말이 등장한 것 같은데 으음.. 이것도 썩? 이건 뭔가 어감이 영 이상하다 ㅋㅋㅋㅋ
어쨌든 대충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페미니즘에 관심 많고, 아이돌들의 문제 되는 언행 및 팬덤의 문제 행동을 지적하는 무리.. 정도로 그 특징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무리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건 빛나는 그룹 멤버의 뮤즈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을 때였는데, 다짜고짜 그 멤버에게 여혐 낙인을 찍고 한남 한남 하면서 몰아가는 태도가 매우 별로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해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잘못되었다는 생각. 그 와중에 그 사람들의 주장을 관심있게 보고 나름대로 피드백하려는 태도를 보였던 그 멤버가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남성으로서 굳이 그런거 몰라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은 없을 텐데,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매우 좋아 보였다.
지금 내가 그 무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아이돌 팬덤은 정도의 차이일 뿐 어디나 광신도적인 분위기가 있고, 아이돌의 언행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고 감싸는 팬덤 분위기는 나 역시 꺼려지는 부분이 많다. 조금만 수틀린 발언을 하면 금방 캡처해서 조리돌림하거나 고소하겠다고 난리난리 치는 사람들도 싫고, 스트리밍이나 투표 등의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것도 별로다. 그래서 이러한 팬덤 분위기를 지적하고 뭔가 개선해 보려는 노력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 방식이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거부감이 든다는 게 문제다. 가만히 보면, 본인들끼리 알아서 정답을 정해놓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누군가 조금만 거기에 반대 입장을 표하면, '그건 니가 빠순이라 오빠한테 눈이 멀어서 그렇다'는 식. 자신이 들고 나온 팩트가 틀렸을 경우에도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대의명분으로 포장한다거나.
문제의식을 갖는 것 자체는 좋다. 그런데 스스로를 '먼저' '계몽'한 존재로 설정하고 다른 팬들을 가르치려는 자세로 나오면 안된다는 거다. 자신의 생각이 기존의 관념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무리 팬덤 문화가 괴랄하고 자신의 생각이 새로워 보이더라도, 내 생각 역시 잘못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무리들에게는 그런 태도가 굉장히 부족해 보인다. 기존의 프레임을 깨겠답시고 자기 스스로 또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로는 그래도 팬덤 내부에서 스스로 팬덤 문화에 대한 반성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자체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케이팝 문화라는 게 말만 팝이고 글로벌이지 기획사나 팬덤의 마인드는 상당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지적되는 것이 여혐이랑 제노포빅, 집단 광기인데 팬들이 스스로 이에 대해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 레이와 레이 팬덤
예전에 자주 찾아가던 홈이 있었다. 그 홈에서 한번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연민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거라고. 지금의 레이 팬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한국 팬덤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고, 중국 활동이 주축이 되는 데다가, 중국어는 일본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언어이다 보니 소수의 몇명을 중심으로 팬들이 모여드는 양상이 있다. 대충 크게 n개로 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ㅋㅋㅋ 그러다 보니 그 몇몇 팬들이 말하는 대로 팬들이 쉽게 휘둘린다. 근데 문제는 그 소수의 인원이 항상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불확실한 말들이 쉽게 퍼지고, 사소한 일이 확대 해석되고, 팬덤이 너무 쉽게 우울해지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최근에는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걱정하는 팬들이 많은데,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으나 날이 갈수록 정도가 지나치다. 애한테 잔다르크 이미지를 만들어 씌우려는 느낌이 들어서 뭐지 싶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자국에서도 눈치 보고 한국에서도 눈치 봐야 하는 불쌍한 우리 레이, 뭐 이런 식으로 자꾸 가시밭길 서사를 만드는데 아 제발ㅠㅠ 레이는 씩씩하게 자기 앞길 잘 개척 하고 있고 오히려 점점 잘 풀려가고 있는 중인데 대체 왜 애를 자꾸 불쌍한 애 만드는지 모르겠다. 진짜 진짜 너무 너무 싫다. 대환장.
오늘은 결국 불참 소식이 떴다. 남은 투어 전부 불참. 음.. 처음 겪는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작년에 참여하지 못한 투어가 많았던 만큼 올해는 자리를 어느 정도는 채울 줄 알았다. 일본 투어 하는 걸 보고 조금 기대했었는데.. 결국 원점이다. 속상하다. 팬덤에서는 또 몇몇 사람이 주축이 돼서 이런 저런 이유(사실은 개인적 추측에 가까운)를 갖다 붙이기 바쁜데, 솔직히 답답하다. 전문가냐고요. 이 팬덤은 항상 이런 식이다. 레이가 단체활동에 불참하기 시작한 이후로 2년 내내 항상 패턴이 동일하다. 보고 있으면 너무너무 피곤하다. 외교 관계? 아마 불참 국가가 몇몇 군데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나도 어느 정도는 상황 참작을 했을 거다. 지금 외교 문제 심각한거 누가 몰라. 그런데 결국 중화권 공연도 불참이라는 점에서 이미 근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거.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이 레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식적으로 스케줄 문제라고 발표가 났으면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기면 되는 거다. 괜히 확실하지도 않은 걸로 이유를 갖다 붙일수록 마치 변명하는 것 같은 모양새만 될 뿐이다. 그냥 아, 중국 스케줄 때문에 바쁜가보다. 하면 되는 거다. 깔끔하게. 어차피 욕할 사람은 끝까지 욕 한다. 그건 무시하면 된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팬들이 자꾸 뒷말을 보태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된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무대에서 허우적대고 춤에 소질 없는 애면 속상하고 서운하지도 않을 텐데, 잘 하는 애인 걸 아니까 더더욱 아쉽고 섭섭하다. 나는 여전히 SM이 정해주는 컨셉대로 엑소 무대에서 무대 의상 입고 춤추고 노래하는 레이가 제일 좋은데, 이렇게 자꾸 기본적인 게 충족이 안 되면 팬질하는 입장에서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는 지금 레이 상황도 생각 안하고 네 기분대로 재단하냐며 팬이 맞냐고 비난하겠지만 글쎄, 결국 나 기쁘려고 하는 팬질인데 내가 속상한 기분이 드는 걸 어떡해. 그리고 본업이 가수인데 내가 가수활동을 제일 좋아하고 기다리는 건 사실 당연한 거잖아. 내가 레이를 믿고 걔의 선택을 존중하는 만큼 레이한테 기대하는 것도 있는 거다. 레이가 중국 활동 하고 싶어하는 거 사실 당연한 거고, 이해도 된다. 원래 중국에서 활동하려고 데뷔한 애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중국 활동도 응원하고, 세세하게 다 챙겨 보고 있고, 잘 해주고 있어서 정말 기쁘다. 진심으로. 그리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개인활동을 하다 보니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일정 조정이 힘든 것도 안다. 그러니까 자잘한 행사는 빠져도 이해한다. 그치만 콘서트는? 가수로서 기본이잖아. 그리고 그렇게 빠져버리면 레이 보려고 비싼 돈 지불하고 기다린 팬들은 뭐가 돼. 여전히 이해하기 좀 힘든 것들이 있다. 이것도 곧 익숙해지겠지만.
최대한 군소리 빼고 덤덤하고 깔끔하게 써 보려고 했는데 오늘도 망했다. 어흑.
이런저런 서운한 소리 했지만 결론은 장이씽이 너무 보고 싶다는 거다. 나는 가수인 네가 보고 싶어.
얼른 영화 개봉이나 했으면 좋겠다. 보고 싶으니까, 큰 스크린으로 꽉 차게 마음껏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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