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잡담

오겡끼데스까?

꼬모🐱 2016. 2. 6. 23:35

오랜만에 즐겨 찾던 레이 팬 블로그를 갔는데 레이 포스팅들이 싹 사라져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방명록을 보니 휴덕기를 가지시려는 듯한데, 예전부터 힘들어하시던 걸 봐왔기에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갔다. 나도 보면서 많이 공감을 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치만 마음 한구석이 어쩐지 쓸쓸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얘기 한번 나눠본 적 없는데도.
덕질하면서 팬들이랑 부대끼다 보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어릴 때는 마치 실친 사귀듯이 의미 부여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게 별 의미 없다는 걸 안다. 덕질 하루이틀 해보는 것도 아니고, 몇달 몇년을 같이 신나게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끊어져 버리는 관계가 부지기수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최애라는 공동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순간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거기에 일일히 신경쓰고 매달리는 게 부질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다들 늘 일정한 온도로 덕질에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불타오르는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휴덕이나 탈덕 단계로 접어들기 마련이고.. 누군가 사라지면 또 다른 사람들이 유입되기 마련이다. 사실 팬덤에서 사람 나고 드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그냥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치만 이번 덕질은 조금 다르다. 휴덕이나 탈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최애가 사라ㅠㅠㅠㅠ져서ㅠㅠㅠㅠㅠ혹은 안보여섴ㅋㅋㅋㅋ큐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거기에 딸려오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떠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남아 있는 사람들조차도 너덜너덜해진 희망 쪼가리 붙잡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한무더기다. 그래서 그런지,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그냥 관계 맺고 대화하는 인연 하나하나가 다 애틋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같이 있어 줘서 감사하다는 무언의 연대의식 같은 거라고 해야 되나. 그냥 어느 순간부터 그런 느낌이 있다. 아마 예전과는 달리 블로그나 트위터를 시작했다는 점도 한몫 하는 거 같기도 하다.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어울리는 커뮤니티와는 달리, 블로그나 트위터로 만난 인연은 아무래도 좀더 개인적이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특히 작년 한 해는, 같이 한탄하고 얘기 나눠 주시던 분들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분명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분 한분 늘 감사했다. 그런 시간을 거쳐 와서 그런지빈자리가 생기면 더더욱 허전하게 느껴지고, 예전 같았음 그냥 무심하게 넘겼을 일들도 자꾸만 가슴을 콕콕 찌른다. 

블로그를 연 지 벌써 3년이 됐다. 트위터는 2년. 블로그랑 트위터를 굴리면서 이런저런 분들을 많이 만났다. 소수 정예이지만 늘 나에겐 나름 특별한 분들이었다. 감사하게도 먼저 다가와 주신 분들도 있고, 내가 앞뒤없이 댓글로 들이대고 팔로 거는데 친절하게 받아 주신 분들도 있고.. 다들 내 시덥잖은 얘기 받아 주시는 참 좋은 분들이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소식이 끊긴 분들이 많다. 어느 순간 소식이 뜸해지신 분도 있고, 다시 소식 전해 듣다가 도로 끊긴 분도 있고, 아예 탈덕 선언하신 분도 있고... 덕질의 흔적이 사라져 버린 블로그를 보고 있자니, 왠지 그분들과 예전에 즐겁게 대화 나누던 생각이 자꾸 났다. 아마 지쳐서 탈덕하신 분도 계실거 같고 그냥 나와는 조금 다른 팬질을 하시는 분도 계실거 같고.. 생각하니 왠지 맘이 쓰리다.
요즘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소식들 뿐이다. 누군가의 갑작스런 입국 소식, 부상 소식, 불참 소식... 소식 전해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예전 같았으면 함께 대화를 나누며 서로 생각을 공유했겠지만 이제 나는 그분들의 생각을 더 이상 알 수 없다. 어쩌면 새로운 소식을 더이상 듣지 않게 되셨을지도 모르지. 왠지 서글프고 쓸쓸한 기분. 


최근 자주 드는 생각인데, 

나와 같은 멤버를 아꼈던 분들, 아직 아끼고 계신 분들.. 모두 다 행복하셨음 좋겠다. 

늘 감사했어요. 잘 지내시겠죠? 오겡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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