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이 웨이보 + 최근에 한 생각 몇 가지.
1.
세훈이가 웨이보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반가웠다. 요즘 SNS를 꽤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어서 기특하던 차에, 중국팬들을 위한 소통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외국인 팬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엑소는 나름 다국적 그룹을 지향하는 그룹이고, 중국팬들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짧은 언어로마나 한국인 멤버가 소통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인스타에 종종 중국어로 짤막한 댓글을 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터키 팬한테까지 성의를 보여주는 걸 보고 내심 안도했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사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특히 요즘처럼 다사다난한 때에는 더더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쟈니스처럼 SNS 일절 금지시켜 버리고 공홈에 가끔 셀카나 글 몇자 올려주는 걸로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은데, 이번 일은 정말정말정말정말 기특. 역시 엑소팬 1호. Lucky의 가사를 몸소 실천해주고 계시는 기특한 막내님. 아마 같이 붙어다니는 타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두 건이나 있는 만큼 괜히 분탕종자들이 가서 난리칠까봐 걱정도 되지만, 그건 대륙 언니들이 알아서 잘 커버해 주시리라 믿고. 혹시 이러다가 세훈이가 어느날 김형제보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거 아니야?!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해봄. ㅎㅎㅎㅎ
2.
충격적이었던 금요일 이후로 열흘이 넘게 지났다. 5월에는 아직 2주밖에 안 지났어? 였다면, 이번에는 벌써 2주나 지났구나.. 싶은 느낌. 확실히 최애멤버의 일과, 최애가 아닌 멤버의 일은 받아들이는 경중이 다르다.
사진이나 영상은 부러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했고,(이것도 말처럼 쉽진 않지만)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시간이 지나서 10명의 무대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미련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굳이 맘고생하면서 지우지 않아도 언젠가는 미련없이 지울 날이 올 거다.
종종 예전 영상을 보곤 한다. 딱히 그리워서 그렇다기보다는, 볼 때마다 내가 몰랐던 무언가가 자꾸 보이는 것 같아서. 사실 나는 무대 보는 걸 더 좋아하지 방송은 많이 챙겨 보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찍은 예능도 몇 개 안 봤고, 꾸준히 챙겨 본 건 쇼타임 정도다. 내가 루한을 지지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동안 내가 봐 온 루한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서.
예능을 몇 개 돌려보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많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거다. 마냥 온화하고 둥글둥글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타지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살았던 사람인 만큼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그리고 예민한 만큼 유약한 면도 상당히 있었던 듯. 내가 생각한 것만큼 심지가 곧고 멘탈이 강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뭐 이것도 다 궁예지만서두..
3.
나간 멤버가 두 명이 되면서 두 명의 행보가 어떻게 갈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룹이 아닌 솔로로서 루한이 얼마나 재능을 발휘할지는 잘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배우로서 루한이 얼마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잘.. 아니 사실 전혀 모르겠다. 루한은 혼자 방송을 하기에는 센스가 부족한 편이고,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연기를 잘 할 스타일도 아니고.. 1년 넘게 지켜보면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할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대체 무슨 마음으로 개인활동을 주장하며 그룹을 박차고 나간 건지 사실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연기에는 전혀 뜻이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영화 촬영도 그냥 캐스팅이 들어왔으니까 한번 해 보는 정도인 줄 알았지, 정말 배우를 하시겠다고 나가 버리시니 나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촬영하면서 무슨 심정의 변화라도 생긴 건지 뭔지..
뭐 어쨌든, 앞으로 어떤 길을 택해서 걸어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너를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상처를 주고 떠났으면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기를. 마냥 축복하고 싶지도 않지만 본인이 버리고 나간 것에 미련을 보인다거나 후회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엑소와 엮이는 일도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 그게 엑소의 루한을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알아주었으면.
10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보에 꼬박꼬박 접속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우씨가 무대 자체에 전혀 미련이 없어 보인다면(사실 이분은 엑소를 이미 자기 인생에서 지운 것 같다..) 루한은 충분히 무대에 미련을 가질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대에 서고 싶어서 많은 걸 포기하고 한국에 온 사람이고, 늘 무대에서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었으니까. 다 떠나서 무대 자체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보여줄 수 없는 성실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중국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할 루한이 예전처럼 그렇게 무대에 화려하게 설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그룹에서 가장 빛나고, 아이돌 센터로서 가장 빛나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출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인데.. 한 번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본 사람은, 그걸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아 물론 다 쓸데없는 생각이란 건 알고 있다 ㅠㅠ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거고, 미련이 없으니까 그룹을 버리고 나갔겠지. 나란 빠순이 한없이 애잔한 빠순이... 쓸데없는 생각인 걸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곤 하는 나는 정말 호구인가 보다.
시간이 더 필요해! 타오가 필요해!